인터넷 기술 발전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ARPANET 시대 RFC 문서를 뒤지다 보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기술을 창조하고 조직해 왔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선구자란 명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대상을 찾는다면, 바로 이 ARPANET 시대의 초기 개척자들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문제에 대한 고민, 그 고민을 해결하는 방식과 미래에 대한 대응이 기록되어 있는 인터넷 통신 기술의 과거 기록을 추적해봄으로써 도메인 이름 시스템(DNS)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메인이라는 용어가 주는 혼란
검색을 통해 ‘도메인’에 대한 정보를 찾아 보면 거의 대부분 ‘숫자로 된 컴퓨터의 주소를 인간이 기억하기 쉽도록 만든 이름이다’라고 정의하거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의나 설명은 도메인을 이해하는데 어떤 혼란을 야기하는데 다음과 같은 생각이 대표적입니다.
(1) 도메인 이름이 사용되기 이전에는 숫자로 된 주소를 입력하여 사용하였다.
(2) 도메인 이름은 웹사이트의 이름이거나 컴퓨터의 이름이다.
(3) 도메인 이름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비전문가, 즉 컴퓨터의 숫자 주소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의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마치 정신적 트라우마의 원인을 찾아 과거 기억을 떠올리듯이 도메인이 주는 이러한 혼란의 원인을 찾아 인터넷 초기, ARPANET 시절의 개척자들이 남긴 족적을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의 서막을 열다
1969년 미국 국방부에서는 원거리에 분리되어 있던 값비싼 컴퓨터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한편, 전쟁이나 자연 재해와 같은 비상 사태 발생 시 고급 정보 유실의 문제를 해결할 목적의 일환으로 미국 주요 대학의 연구 기관과 국방 사업체의 컴퓨터 시스템을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구성하려는 프로젝트(ARPA: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를 가동합니다.
그리고 그 작업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IMP(Interface Message Processor)라는 일종의 ‘메시지 중계기를 통한 통신 규칙(호스트-IMP-호스트 프로토콜)’에 대한 구상을 밝히는데, 그것이 1969년 4월에 작성된 ARPA의 최초의 문서인 RFC1입니다. 그리고 같은 해 말, 4대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오늘날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의 서막을 엽니다
재미 있는 것은 RFC1 문서의 제목이 ‘Host Software’라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호스트(host)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실험에 참여하는 기관의 컴퓨터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Host Software란 각기 다른 운영체제의 호스트 컴퓨터들을 연결시키기 위한 IMP를 지칭합니다. 조금 익숙해지도록 이제부터는 컴퓨터를 ‘호스트’라 하겠습니다.
> 인터넷 발전사로 알아보는 DNS – ② 호스트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