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r는 직업을 일컫는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삶 그 자체가 Design이다. 일상 생활 가운데에 Design이 있다. 아주 사소한 것들에 호기심을 갖고, 항상 배우고 보려 한다. 이러한 일상은 Project를 진행할 때 영감으로서 분출된다. Project를 맡았다고 해서 갑자기 영감이 얻어지는 법이란 없다.”
디자인을 사는(live)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카를로스 세구라입니다. 카를로스 세구라는 할리데이비슨, 스와치, 잭다니엘 등과 같이 굵직한 클라이언트들과 규모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Segura Inc. 라는 디자인 회사의 설립자이며 CEO입니다.
화려한 이력과 능력을 인정받은 디자이너 카를로스 세구라가 강연을 위해 가비아에 방문했습니다.
그가 진행하였던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이를 관통하는 카를로스만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카를로스가 진행한 프로젝트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프로젝트에 앞서 클라이언트의 주문 사항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클라이언트를 온전히 이해하고 이를 표현해내는 카를로스 세구라. 위의 사진은 희귀한 홍차 수입 업체를 위한 카를로스의 스테이셔너리 디자인입니다. 클라이언트가 홍차를 취급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홍차의 티백을 연상시킬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이 결과물을 통해 카를로스가 얼마나 클라이언트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고 작업을 진행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카를로스는 이마트의 PB(Private Brand) ‘노브랜드’의 브랜딩과 패키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브랜딩이 아니다.’ 라는 가치 하에 ‘노브랜드’의 브랜드를 디자인했습니다. 브랜딩은 로고 그 자체가 아니라 제품, 그리고 소비자를 대하는 기업의 철학이라는 것이 카를로스를 통해 형상화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스와치의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 디자인과, 할리데이비슨 90주년 기념 책자 등의 굵직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카를로스가 유수한 기업들과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클라이언트의 가치에 집중하는 그의 태도와 작업 방식 덕택이었습니다.
가비아 디자인팀 팀원들은 카를로스의 주옥 같은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강연 내내 집중했습니다. 현장 강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를로스의 철학을 이해하고 또 습득하고자 여러 질문들이 오고 갔습니다. 아래에는 강연에서 나왔던 질문들과 그에 대한 카를로스의 답변 중 일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Q. 수많은 클라이언트들과 브랜딩 작업을 진행했는데, 결과물에 대해 클라이언트가 불만족했던 적은 없었나?
A.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클라이언트와 그가 속한 시장 그리고 프로젝트의 목표에 대하여 철두철미하게 학습을 한다. 그 과정이 프로젝트의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항상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 클라이언트가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해도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수락하지 않는다. 진짜 디자인은 내부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어떠한 정치인의 브랜딩 작업을 맡아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를 목전에 두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러던 중 그 정치인의 부도덕을 발견하게 되었고, 기존에 완성되어가던 모든 작업물을 폐기한 바 있다.
Q. In-house 디자이너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A. 그 무엇보다 ‘스스로를 제약하지 마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프로젝트 예산이나 클라이언트의 요청 등 각종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한계뿐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한계들 또한 돌파해낼 수 있다. 오히려 클라이언트들 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해낼 수도 있다. 특히 프로젝트 예산에 제약을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작업의 결과물이 좋다면 클라이언트들이 먼저 나서서 예산을 늘려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세구라의 강연을 통해 디자인 이면의 철학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고, 가비아라는 기업에 소속된 디자이너로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향후에도 카를로스 세구라와 같은 연사들을 초청해 가비아인이 지닌 역량을 극대화하고 미처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생각해볼 수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