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웨어를 논할 때 협업적 측면에서 정보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소통)은 빠질 수 없는 소재일 것입니다. 즉, ‘그룹웨어 = 내부통신망’의 공식이 성립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내부통신망의 역할을 우리나라에서는 ‘게시판’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게시판으로 정착하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전자게시판
본래 전자게시판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인터넷과는 독립적으로 시작되었으며, 별개로 운영되었습니다.
전자게시판은 컴퓨터를 이용한 메시지 교환 시스템의 한 형태로, PC 통신 회사가 제공하는 주요 메뉴의 하나였습니다.
흔히 BBS(Bulletin Board System)라는 약어로 부릅니다. 중앙 컴퓨터와 개인의 단말기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가입한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시판 시스템으로, 가입자들은 모뎀과 전화선을 통해 접속함으로써 다른 가입자와 편지나 메시지, 데이터 따위를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1986년 데이콤에서 H메일을 서비스한 것이 BBS의 최초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급속한 통신 인구의 확대에 따라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와 같은 3대 PC 통신망에서 전자게시판이 형성되었고, 유니텔, 넷츠고, 채널아이 같은 후발 주자들이 가세하면서 전자게시판은 ‘커뮤니티’와 ‘동호회’ 성격으로 다양하게 확대되었습니다. 일명 ‘텔넷’으로 불렸으며, 해당 서비스를 통해 PC 통신 시 연결된 단말기(전화기)는 통신이 불가했던, 바로 우리가 기억하는 그 통신 방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컴퓨터 통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전자게시판을 통해 여러 가지 유용한 공개프로그램(무료로 제공하는 백신 프로그램, 음악 및 그림 파일, 파일 압축 프로그램 등)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회사소개와 홍보, 제품 구입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BBS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전자게시판 = 커뮤니티’의 성격을 더 명확히 띄기 시작합니다.
PC에서 웹으로 대이동, 오늘날의 게시판이 되기까지
1996년~1998년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중심이 PC 통신에서 웹으로 넘어가는 시기였습니다.
텔넷 기반의 인터넷 통신에 익숙해있던 사용자들이 강력하고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는 웹을 경험하고 나서는 자연히 웹으로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ADSL 같은 고속 통신망이 보급되면서 인터넷 사용자들은 월드와이드웹 기반의 대용량 멀티미디어 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접속되던 모뎀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전자게시판(커뮤니티)도 웹 전자게시판(웹 커뮤니티)으로 변화하는 추세가 뚜렷해졌습니다.
– 웹 전자게시판
PC 통신의 전자게시판(BBS)을 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정보 및 편지 교환, 대화, 공개적 질의 및 응답, 공개 프로그램 공유, 게시물에 대한 검색 등을 할 수 있도록 구축한 시스템입니다.
2000년 이후 나타난 ‘다음 카페’, ‘네오위즈 세이클럽’, ‘프리챌’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여기에 속합니다.
웹에서도 전자게시판 기능을 사용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인터넷의 웹 기술과 PC 통신의 전자게시판 기술이 접목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정보 공유와 소통 매개체에는 게시판 형태가 늘 존재했던 것입니다.
결국 오늘날 그룹웨어의 게시판은, 과거 PC 통신 전자게시판 -> 웹 전자게시판으로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소통)을 통한 협업, 즉 그룹웨어가 내부통신망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 바로 게시판인 것입니다.
여담으로, 커뮤니티나 동호회에서 흔히 사용하던 또 다른 소통 방식은 ‘방 채팅’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메신저 소통에서도 ‘채팅방 채팅’이라는 형식으로 발전했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